내일도 너를 보고 싶지 않다
니가 내 앞에 나타났던 순간, 나는 너무 두려웠다. 니가 나를 찾아온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.
한 밤중에 내 방문을 두드리는 너의 소리는 내 심장소리 보다 작았다.
창문으로 흐릿하게 비춰지는 네 실루엣에 내 두 다리는 후들거렸고 나는 그저 두 눈을 꼭 감고 말았다.
나는 방문 앞에 그대로 앉아버렸다. 아무 말도,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. 차마 그 문을 열 용기 조차 나지 않았다.
그렇게 너와 나는 문을 사이에 두고 그 자리에서 밤을 지샜다.
그 다음 날도 나는 너와 마주할 용기가 없었다. 하루 종일 네 생각을 하지 않으려 애를 썼지만
그러면 그럴수록 차오르는 건 눈물뿐이었다. 니가 제발 돌아갔으면 했다.
시간이 점점 흐를수록 저 문 뒤에서 니가 숨을 쉬고 있다는 사실조차 받아들이기 싫었다.
한참을 생각하다 결국, 너를 돌려 보내기로 마음먹었다.
꽉 닫힌 문을 열고 너를 향해 걸어갔다. 너를 기억 조차 할 수 없게, 나는 두 눈을 감고 너를 마주했다.
이대로 네 모습을 보고 나면 내 머릿속에서 니가 영원히 떠나지 않을 것만 같았다.
“왜 나를 찾아왔어?“
“어두웠어. 그리고 빛을 찾아서 올라왔는데, 여기더라. 나도 모르게 와버린걸”
“있잖아 나는,
니가 소름 끼치도록 끔찍해.”
내 앞에서 니가 영원히 사라졌으면 했다. 나는 너를 때리고, 부수고, 니가 정신을 잃을 만큼 독한 것만 쏘아댔다.
너는 아무 말도,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. 그럴수록 나는 더 강하게 너를 밀쳐냈다.
그리고 나서 나는 너를 다시 칠흑 같은 어둠 속으로 내던져버렸다. 내가 살기 위해선 그래야만 했다.
니가 있던 흔적을 지우기 위해 미친 듯이 청소를 하기 시작했다.
니가 내 앞에 다녀간 흔적 조차 남기기 싫었다. 먼지 하나까지 모조리 다 치워버리고 싶었다.
기억하기 싫었다. 침대에 누워 꿈에서도 너를 마주치지 않게 해달라고 빌었다.
아직 나는 네 비슷한 발소리만 들어도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.
너를 닮은 외모, 비슷한 목소리 모두 너를 생생히 떠오르게 했다.
언젠가 저 문 너머로 니가 다시 찾아올 것 같아 하루하루가 두렵기만 하다.
어제 그리고 오늘이 그랬던 것처럼, 나는 내일도 너를 보고 싶지 않다.
다시는 너와 마주하고 싶지 않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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